"1루 못 밟아 아웃인 줄" 김광현, 투수가 바쁜 NL 체험 제대로 -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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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연합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2021시즌 메이저리그 개막 이후 약 한달 만에 치른 첫 선발 등판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NL) 규정에 따라 오랜만에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선 것이다.

김광현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타격을 할 기회는 없었다. 2020시즌은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단축시즌으로 진행됐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 시행이었다.

김광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두 번의 타석 기회 모두 3회초 공격 때 주어졌다. 김광현은 이닝의 선두타자로 나와 투수 앞 땅볼로 아웃됐다. 이후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홈런 2방을 때리는 등 대량 득점을 했고 타순이 한바퀴 돌면서 김광현에게 또 한번 기회가 온 것이다.

김광현은 팀이 5대1로 앞선 3회초 2사 2,3루 기회에서 3루 땅볼을 쳤다. 필라델피아 3루수 알렉 봄이 악송구를 범하면서 김광현은 1루를 밟았고 그 사이 3루주자가 홈을 밟아 추가점을 올렸다.

미국 현지 언론은 경기 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광현의 한 이닝 두 차례 타격에 관심을 보였다. 투수가 타격에 임하는 내셔널리그에서도 자주 나오지 않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3회초 두 번째 타석 결과가 내야안타가 아닌 실책으로 기록된 것에 대해 "사실 베이스를 못 밟아서 아웃인 줄 알았는데 (1루수가) 공을 놓쳐서 빨리 1루로 귀루했다. 아웃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출루했다"며 웃었다.

이어 김광현은 밝은 표정으로 "다행히 3아웃 중 1아웃만 당했다. 그게 마지막 아웃이 됐으면 3아웃 중 내가 2개나 하는 건데 하나밖에 안 당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KBO 리그에서 2010년 이후 타격을 한 경험이 없다. 타자로서 통산 성적은 2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이다.

오랜만의 타격이었고 게다가 한 이닝에 두 번이나 방망이를 잡았다. 이를 두고 김광현은 "바쁜 이닝, 바쁜 경기"라는 표현을 썼다.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내셔널리그의 선발투수는 팀 공격 때 마냥 쉴 수만은 없다. 그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김광현은 "앞으로 (덕아웃에) 들어와서 쉬기만 하는 게 아니라 타석에서 쳐야 한다는 걸 인지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바쁜 경기에 조금 더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이날 3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9대4로 승리했지만 조기 교체된 김광현은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1회말 2사 이후가 아쉬웠다. 먼저 투아웃을 잘 잡고도 안타와 몸 맞은 공 등을 계속 허용해 실점을 했다. 3회말 수비 때도 큼지막한 타구를 연거푸 내주면서 투구수가 많아졌다.

그래도 몸 상태가 괜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즌 첫 등판이었다. 김광현은 시범경기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이날 처음으로 실전 무대에 섰다.

김광현은 "남들보다 시즌을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몸을 만들어서 정상궤도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준비하겠다. 오늘은 3이낭밖에 못 던져 아쉽다. 다음에는 6~7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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