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Prism] 청취자엔 편의, 음악가엔 기회…스포티파이가 잡스 이긴 비결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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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한국의 미디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영상 미디어 쪽에 넷플릭스가 있다면, 음악 미디어 분야에는 스포티파이가 있다. 전 세계 최고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드디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정식 론칭할 예정이다. 멜론를 선두로 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과의 한판 승부가 올해 내내 펼쳐질 것이다. 시장 분석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 스포티파이의 유료 프리미엄 구독자들의 숫자는 무려 1억4400만명에 이른다. 스웨덴의 변방 도시 록스베드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2006년에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15년 만에 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하게 되었을까? 스포티파이가 탄생한 당시는 스티브 잡스가 출시한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에서 매년 수십억 번 음원이 다운로드되며 디지털 음원 판매가 성장하는 시점이었다. 당시 애플과 음반사들은 불법 다운로드를 가능하게 하는 곳들을 잡아내는 것이 문제의 해결점이라 보았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불법으로 음원을 다운로드하게 하는 사이트들을 적이 아닌 경쟁자로 보았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더 나은 방식으로 무료로 음악을 듣고, 대신 다른 방식으로 대가를 내도록 하는 게 문제의 더 나은 해결점이라고 보았다.

스포티파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이용자들은 누구나 합법적인 방식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스포티파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대신 광고에 노출되면 된다. 만약 광고로 인해 음악을 듣는 행위가 방해받기 싫다면, 그때는 돈을 내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면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들을 불법 다운로드해서 들으면, 어느 정도 부채감이 있다. 스포티파이는 초기에 사용자들에게 이런 부채감을 덜어주고, 구독자들을 빠르게 확보했다. 스포티파이의 이러한 음악 무료 제공과 구독 기반의 이익 창출 아이디어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음악을 소유하기를 원하지, 결코 그들의 음악을 렌트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잡스의 생각에 정면으로 반했다.

스포티파이는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끊임없이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키워나갔다. 특히 음악을 큐레이션해주는 정교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매주 월요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일대일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 역시 스포티파이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디스커버 위클리는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사용자들에게 추천하고 들려주면서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게 핵심이다. 스포티파이는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곡 재생 이력이 유사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이 가진 엄청난 사용자들의 음악 소비 패턴을 분석해서 음악의 템포, 구조, 강도 등이 서로 잘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들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음악을 제공하는 제공자들에게 역시 차별화된 가치를 주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이제 메이저 음반사를 통하지 않고도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늘 사용자들이 흘린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곡을 해주기에 그들의 플랫폼이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늘 강조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 밴드라도, 좋은 곡을 만들어 스포티파이에 올리고 해당 음원이 디스커버 위클리에 진입해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무명의 아티스트가 단시간 내 스스로의 힘으로 팬들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처럼 스포티파이는 그들이 만든 생태계 안에서 끊임없이 음악을 듣는 서비스 이용자들과 음악을 제공해주는 아티스트와 음반 제작자들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해오면서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제공하는 비슷한 서비스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다.

[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건국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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